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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 다수 있음
응?? 싶은 부분 있음

달빛이 내려앉은 인술학원의 밤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낮 동안 수행의 열기로 가득했던 연무장도, 닌타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복도도 조용해진 시간.
창고 앞, 유에는 자신의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감긴 붕대가 오늘따라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다.
유에는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달달한 경단 하나를 꺼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입에 하나를 넣자, 혀끝을 자극하는 단맛이 오히려 현실감을 일깨웠다.
“유에—! 이런 야심한 밤에 구석진 곳에 불러내다니, 야간 단련이라도 같이하자고 부른 거냐!”
순간 담벼락 너머에서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코헤이타가 유에의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코헤이타는 평소처럼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유에를 바라보았다.
“쉿- 나나마츠 선배, 목소리가 너무 커요. 다른 닌타마들이나 선생님들은 다 자고 있을 시간이라니까요.”
유에는 급히 손으로 코헤이타의 입을 막으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를 창고 안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장난을 치며 웃어넘겼을 일상적인 만남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눈앞의 코헤이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유에는 어둠이 내려앉은 창고 안에서 코헤이타의 행색을 살폈다.
“선배, 방에 있다가 온 게 아니라 어디서 또 훈련하다 온 거죠? 지금 꼴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유에가 한숨을 쉬며 품에서 익숙하게 약병을 꺼내 들자, 코헤이타 역시 자연스럽게 제 얼굴을 내맡겼다.
유에가 약병의 뚜껑을 열자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유에 그것도 또 실패한 독인가? 뭔가 좋은 향기가 나는데”
“하... 네... 원래는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는 독이었는데요....그렇게 됐습니다... 임상 실험도 끝났으니 안심하세요”
유에는 코헤이타의 뺨에 난 긁힌 상처에 조심스레 약을 발라주었다. 실을 다루며 거칠어진 손끝이었지만,
코헤이타의 상처를 만질 때만큼은 한없이 섬세해졌다. 코헤이타의 뜨거운 체온이 유에의 손가락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런데 유에 내 치료는 그렇다치고 이런 야심한 밤에 부른 이유가 뭐냐"
약을 바르던 도중, 코헤이타가 툭 던지듯 되물었다. 그 정직한 질문에 유에는 차마 손을 떼지 못했다.
이미 약을 다 발랐음에도 코헤이타의 얼굴 곁에 맴돌던 손가락은, 이내 내려와 그의 옷자락을 살포시 붙잡았다.
“나나마츠 선배.”
유에가 고개를 들어 코헤이타를 똑바로 응시했다. 길게 뻗은 유에의 속눈썹이 창문 틈으로 스며든 달빛을 받아 파르르 떨렸다.
“저, 선배를 좋아해요. 단순히 동경하는 선배가 아니라... 평생 제 실에 묶어두고 싶을 만큼요.”
직구였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하고 가장 단순한 진심을 던졌다. 코헤이타는 대답 대신 가만히 유에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호쾌하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깼을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창고 안의 공기마저 멈춘 듯 고요했다.
“유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투박하고 단단한 손길이 유에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대로 제 쪽으로 가깝게 얼굴을 끌어당기는 코헤이타의 행동에, 유에의 얼굴은 순식간에 본인의 눈동자 색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
“너의 마음은 진작 알고 있었다. 치료해준답시고 내 손을 잡는 네 손가락이 얼마나 떨리는지, 둔한 나라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유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코헤이타의 시선은 곧고 단호했다.
“하지만 나는 곧 졸업하고 프로의 세계로 들어갈 닌자다. 지금은 앞만 보고 전력으로 달려나가야 할 때지. 유에, 너도 곧 나와 같은 프로 닌자의 길을 걷게 될 거다.”
코헤이타가 유에를 바라보며 짧게 미소 지었다.
그것은 거절임과 동시에, 선배로서 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존중이자 최고의 조언이었다.
“지금 내 곁에 자리를 내주기엔, 내 단련은 아직 갈 길이 멀어. 유에, 나는 네가 내 등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 나를 앞질러 실을 치고 기다리는 강한 닌자가 되길 바란다.”
“……치사해요. 미련도 안 남게 거절하는 것조차 그렇게 멋있는 척이나 하고.”
유에는 허탈하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왈칵 눈가가 뜨거워졌지만, 오랜 세월 다져진 자존심이 눈물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에는 입술을 깨물며 소매 틈으로 손을 꽉 쥐었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눈꼬리를 가늘게 접어 올렸다.
“알겠어요. 그럼 언젠가 선배를 제 실로 꽁꽁 묶어서 강제로 멈춰 세워줄 테니까 각오나 하세요.”
“와하하! 그래, 그 정신이다! 역시 유에!”
코헤이타는 유에의 머리를 터프하게 팍팍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헤이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닫힌 창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치료 끝난거면 난 이제 돌아가보겠다. 유에 잘 자라-!"
달칵, 창고 문이 닫히고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유에는 코헤이타가 떠나간 자리를 몇 분 동안이나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뱉어낸 고백이었지만, 결국 상처 대신 ‘성장하라는 격려’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하…… 거절할 때도 그렇게 멋질 필요는 없잖아요, 바보 선배.”
눈가가 조금 시려왔지만 유에는 옷소매로 거칠게 슥 닦아냈다. 비록 지금은 거절당했을지라도, 유에는 코헤이타가 마지막으로 남긴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밀어내는 차가운 눈빛이 아니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아주 깊고 묘한 여운이 서려 있었다.
“아니 뭐, 어쩌겠어. 나는 보건위원회니까, 이 정도 상처는 금방 치료하면 그만이야.”
유에는 흙이 묻은 무릎을 훌훌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은 조금 시리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 무모하게 훈련하다 다쳐서 보건실로 들어올 그 바보같은 선배의 상처를 치료해줘야 하니까.
유에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자신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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