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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타마드림] 그 실의 끝을 잡은 건 바로 -3- (코헤유에)

muzeuze 2026. 5. 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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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 다수 있음

응?? 싶은 부분 있음

박사님 커미션

 

 

고백이 폭풍처럼 지나간 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기묘한 궤도에 진입했다.

유에는  감정에 휘말려 울고 짜는 대신, 아주 철저하고 깔끔하게 벽을 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코헤이타를 사로잡겠다는 투지는 여전했지만, '거절당한 후배'로서 질척거리는 꼴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보건실에 앉아 붕대를 말고 있자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유에! 오늘 단련을 하다가 손목이 조금—!”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코헤이타를 맞이한 것은, 평소의 나른하고 장난기 어린 웃음기가 완전히 지워진 유에의 얼굴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뼈에는 이상 없으니 약만 바르고 압박 붕대 처치하겠습니다-.”

 

유에는 코헤이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로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손가락 끝에 닿는 코헤이타의 체온은 여전히 뜨거웠고, 유에의 가슴은 순간 찌르르하게 울렸지만, 눈은 그저 담담하게 상처만을 향해 있었다.

보건위원으로서의 의무, 그리고 선후배 간의 예의. 유에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유에, 오늘 치료는 유난히 빠르군? 평소라면 치료하면서 잔소리를 한 바가지 얹었을 텐데!”

 

코헤이타가 붕대가 감긴 손목을 돌려보며 씩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선배 뒤처리 하느라 제 몸 챙길 시간이 없다'라며 은근슬쩍 사심이 섞인 투정을 부렸을 유에였다.

하지만 지금의 유에는 정갈하게 사용된 약과 비품을 기록해 정리할 뿐이었다.

 

“하늘같은 6학년 선배의 귀중한 단련 시간을 제 잔소리로 뺏을 수는 없으니까요~ 곧 프로 닌자가 되실 분이시니 다음 일정도 바쁘실 테고. 치료는 끝났으니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유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약바구니를 챙겨 들었다. 코헤이타가 붙잡을 틈조차 주지 않는, 완벽하고 정중한 '비즈니스적 차단'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유에에게선 쌉싸름하고 차가운 약초 향만이 풍겼다.

 

'그렇게 절 거절하셨으면 애타는 꼴도 좀 보셔야죠, 선배.'

 

사적으로는 철저히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이것이 유에가 선택한 밀당이자, 코헤이타의 단단한 마음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정교한 실놀림이었다.

 

한편, 혼자 보건실에 남겨진 코헤이타는 붕대가 묶인 제 손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단단하고 빈틈없이 매듭지어진 붕대. 예전처럼 치료받는 동안 제 눈치를 보며 수줍게 떨리던 후배의 손가락은 없었다. 공적으로는 완벽하게 자신을 챙겨주지만, 사적인 온기는 단 한 푼도 내어주지 않는 유에의 태도에 코헤이타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매번 먼저 사심을 채우러 오던 유에가 사적으로 선을 긋고 멀어지자, 오히려 코헤이타의 마음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하하, 제법이네.”

 

코헤이타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읊조렸다.

유에가 던진 보이지 않는 실이, 벌써 자신의 발목을 가볍게 휘감고 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즈니스를 가장한 유에의 거리 두기에, 되려 코헤이타의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유에의 철벽은 빈틈이 없었다.

학원 복도나 식당에서 마주치면 정중하고 깔끔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코헤이타가 평소처럼 다가오려 하면, 유에는 귀신같은 눈치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동급생들 사이로 스르륵 녹아들어 사적으로 대화할 틈을 원천 차단해 버렸다.

코헤이타에게, 이 ‘거리 두기’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정면 대결이라면 뚫고 들어가겠는데, 유에는 정면으로 부딪쳐오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처럼 스르륵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일 뒤

 

보건실 안, 유에는 보건부원들과 함께 약초를 정리하고 사용할 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이사쿠 선배, 이건 여기에다가 두면 될까요?"

 

"응, 부탁해!"

 

옆에 또 부상으로 찾아온 코헤이타는 철저히 무시한채 보건위원회로써의 활동을 다 하고 있었다.

얼추 정리가 끝나자 같이 정리하던 다른 위원들이 먼저 나가고, 보건실 안에는 마지막 장부를 정리하는 유에와 묵묵히 유에를 바라보던 코헤이타 단둘만 남게 되었다.

 

유에가 먼저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쾅—!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유에의 앞을 가로막았다.

코헤이타가 문 옆 벽을 한 손으로 짚어 문을 막아선 것이었다.

 

“나나마츠 선배, 문을 막아서시면 곤란한데요. 저 보건위원회 활동 이후에도 일정이 있거든요.”

 

“유에.”

 

낮게 가라앉은 코헤이타의 목소리가 좁은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평소의 호쾌함은 간데없고,

6학년 다운 위압감과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치료도 평소와 같이 완벽하고, 위원회 활동도 완벽해. 인술학교 상급생으로써 네 태도는 딱히 나무랄데가 없지.”

 

코헤이타가 짚고 있던 벽에서 손을 떼고 유에에게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유에의 코끝에 코헤이타의 짙은 땀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왔다.

 

“그런데 왜 나를 피하는 거지? 왜 내가 다가가면 다른 녀석들 뒤로 숨는 거냐.”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세요. 지금도 잘 치료해주고 있잖아요.”

 

유에는 시선을 슬쩍 비꼈다. 하지만 코헤이타는 유에의 턱을 부드럽지만 거칠게 쥐어 제 쪽을 보게 만들었다.

 

“나는 네가 닌자로서 강해지길 바란다고 했지, 나를 남처럼 대하라고 한 적은 없어.”

 

코헤이타의 눈동자에 유에의 모습이 온전히 담겼다. 그 눈 속에는 거절했던 선배의 여유 대신, 사적으로 완전히 멀어진 후배를 향한 지독한 갈증이 들어있었다. 항상 먼저 다가오던 존재가 사라지자, 코헤이타 역시 자신이 유에에게 얼마나 길들여져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유에는 턱을 쥔 코헤이타의 손 위로 제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오기가 가득 찬 본연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코헤이타를 쏘아보았다.

 

“치사하네요, 나나마츠 선배.”

 

유에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어릴 때부터 유곽에서 수많은 남녀의 밀당을 보고 자란 유에였다.

이 타이밍에 주도권을 뺏기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무너질 수 도 있다 생각했다.

 

'조금만 더 당겨볼까'

 

유에가 코헤이타의 가슴을 슥 밀치며 말했다.

 

“밀어내신 건 나나마츠 선배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 마음 접고 선배 말대로 앞만 보고 달리려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 드린 건데, 이제 와서 뭐가 불만이신데요?”

 

유에의 말은 코헤이타의 정곡을 찔렀다. 그러나 계속해서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코헤이타에게 계속해서 쏘아붙여 말했다.

 

“제가 계속 꼬리 치며 매달려줄 줄 알았어요? 미안하지만,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니에요. 선배가 달리는 속도에 맞추려면 저도 사적인 감정 따윈 뒤로 미뤄둬야 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대할 겁니다. 불만 있으셔도 참으세요.”

 

유에가 싱긋 웃으며 코헤이타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못 참겠어, 유에.”

 

코헤이타가 유에의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을 묻으며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그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 유에의 뺨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앞만 보고 달리려고 했는데, 네가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길을 잃은 기분이다. 네 실이 벌써 내 발목을 묶어버린 것 같아.”

 

코헤이타가 유에를 품에서 살짝 떨어뜨려 마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완전히 전세가 역전된 듯한 초조함이 보였다.

 

유에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허,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즈니스를 가장한 밀당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나 코헤이타답게 무식하고 뜨거운 방식으로 효과를 본 것이었다. 상대가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그래서 선배는 어떡해 하고 싶으신건데요?”

 

유에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물었다. 낮고 나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두 사람의 좁혀진 거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사적으로 거리를 두던 후배의 도발적인 질문에, 코헤이타의 억센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나더러 멈춰 서지 말고 앞서 나가라면서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해놓고, 정작 내가 등을 돌리니까 이제 와서 참을 수가 없다니. 앞뒤가 안 맞잖아요, 나나마츠 선배.”

 

쿵, 쿵, 쿵.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보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공적으로 완벽하게 선배 뒤처리 해주고, 다쳐오면 보건위원으로서 약 발라주고, 치료 끝나면 선배 단련 방해 안 되게 조용히 비켜드리는 거…… 이거 선배가 원하던 완벽한 후배 닌자의 모습 아니었나요?”

 

유에가 짐짓 모르는 척 정곡을 콕콕 찔렀다. 코헤이타를 똑바로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어디 한번 대답해 보라’는 식의 팽팽한 오기와, 아주 깊은 곳에 숨겨둔 애정이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코헤이타는 유에의 날카로운 다그침에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도발해오는 유에의 붕대 감긴 손 위로 제 커다란 손을 겹쳐 잡으며, 한층 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신경 쓰여..."

 

"네? 뭐라구요?"

 

코헤이타가 유에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부서질 듯 강한 악력이었지만, 그 안에는 결코 유에를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신경 쓰인다고!"

 

그 나나마츠 코헤이타한테서 신경쓰인다는 소리를 받아내버렸다. 매번 입버릇으로 '사소한건 신경쓰지마!' 를 달고 사는 사람이 유에의 손가락을 꽉 쥐면서 신경쓰인다는 소리를 한 것이다.

 

“유에 네 말대로 앞뒤가 안 맞는 것도 알고, 내가 치사하게 군 것도 맞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던 시야에 네가 사라지니까, 발밑이 전부 진흙탕이 된 것처럼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단 말이다!”

 

코헤이타의 눈에 평소의 장난기 어린 광기가 아닌, 오직 유에 한 사람만을 온전히 제 세계에 가두겠다는 듯한 강렬한 소유욕이 번뜩였다.

 

유에는 코헤이타의 거침없는 외침에 잠시 숨을 들이켰다. 가슴속이 달콤한 간식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것처럼 뻐근하게 부풀어 올랐다. 비즈니스를 가장해 사적으로 멀어지려 했던 유에의 정교한 실놀림은, 결국 코헤이타라는 거대한 짐승을 완벽하게 길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하여간, 이길 수가 없다니까.”

 

유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진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에는 코헤이타의 단단한 가슴팍에 제 이마를 툭 기댔다.

 

“그럼 약속해요, 선배. 이제 와서 무르기 없기에요. 만약 이번에도 도망치거나 프로닌자 선후배 타령하며 피하면, 그땐 정말 이 실로 선배 목을 확 졸라버릴 테니까.”

 

“묶을 수 있다면 어디 한번 묶어 봐라! 유에!”

 

다시 얼굴이 밝아진 둘은 서로를 끌어 안으며 보건실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